닌빈 땀꼽
이 번 여행에서 자그마한 삼판배 2개를 사가지고 왔다. 생긴 게 귀엽기도 하지만 천원에 2개 주고 사왔는 데, 한국에서는 그 돈으로는 살 수도 없을 것이고 수공들인 값 이상 할 것 같아 비행기에 싣고 왔다. 현재는 내 서재에 있는 데, 가끔 들여다 보면 닌빈 땀꼽 생각이 절로 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공예품을 너무 싸게 산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함께 들지만 어쨋든 이제는 소중한 추억을 일깨워주는 장식품이 되어 내 방을 지키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게 진짜 삼판 배인 데, 등나무 같은 걸로 만들어 가볍고 2사람만 승객으로 가운데 태우고 다닌다. 다녀오면서 아주머니사공들에겐 팁으로 1인당 1불씩만 주는 데, 이것만 해도 이 곳 사람들 통상 월수 40불선이라니 월200~300불이면 괜찮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못가져 온 게 있는 데, 아래 그림에 집사람과 딸이 쓰고 있는 대나무 모자이다. 작업할 때 비올 때 그만인데, 보고 있는 건 남자용이고 여자용은 밀집모자식이 아니고 뾰족한 원추형으로 배를 몰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쓴 게 그거다. 시골 평창에도 한국 밀집모자가 있는 데, 고생해 가져가 또 쓰레기 만들려는 거냐는 아내말에 싸우다 지쳐 노이바이공항에 버려두고 못가져 온 게 못내 아쉽지만 사진에서나마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겠다.
노이바이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온다. 아래의 남자 분이 그인 데,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 여행사 인원은 5명이라 나머지 2명이 누군가 궁금했는 데, 다름아닌 내 대학 1년 선배라니- 학교 1학년 전체 인원이 180명인 단과대학이라 전학년 학생들이 왠만하면 거의 다 아는 상태였슴- 기가 막힌 운명이었다. 이 분은 벨웨이브를 운영해 몇 년전에 만났을 때도 한 해 매출이 4,5천 억원 할 정도로 바쁜 양반이었는 데, 여기서 만나게 되어 인연을 되새기며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에 입학때 부터의 얘기부터 시작해서 하롱베이까지 틈나는 대로 정담을 나누게 되었다.
뚝에서 출발하는 일행중에 아래 두 분이 그 분이다.
사진에 보이는 풀들이 수초이고 고기는 보이지 않는 데,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인근에 인근에 대나무막대기로 물을 탁탁 치며 고기잡는 어부들이 보인다. 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암절벽들이 계속 다가오고 흐린 날이지만 그 외관은 대강 알 수 있었는 데, 금강산 만물상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은 데, 더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고 중간 중간 청둥오리와 그 새끼들 같은 게 물위에 떠다니며 노는 게 귀엽다. 여러 가지 동물들도 많고 무슨 SLOW CITY나 우포늪지같은 조용한 슾지 기분이 들었다.
이 안에 들어 가면, 얼마쯤 앞이 막힌 동굴이 된다. 안 쪽에서 바깥쪽을 내다 봐도 멋있다. 석회암이 결국 이런 지형을 만들어 내는 데, 중국의 계림, 베트남의 하롱베이가 유명하고 먹줄산들이 절경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평창.정선.영월.태백에 가면 70도 이상 경사진 석회암산에 소나무로 절경인 먹줄산이 많이 있지만 덜 녹아내리고 만물상이 덜 나타나는 게 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멘트가 많이 나는 걸로 써먹는 게 안타깝지만, 하롱베이도 가보니 한 쪽은 경승지요 육지에 붙은 한 쪽은 시멘트광산으로 파들어 가는 게 비슷해 야릇한 대위감을 준다. 우리도 그런 곳을 좀 만들어 가면 요세미테공원내 절벽아래 천막캐빈과 같은 숙영시설들과 패러글라이딩, 트레일링, 래프팅 시설 등을 꾸며놓고 먹줄산 생태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대공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은 깊은 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컴컴하기도 하고 막장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 나오는 데 갑자기 바깥이 조용하고 아늑하다. 어두운데서 보는 바깥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 지 갇혀 있어야 바깥세상이 제대로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정지되고 물조차 미동을 않는다. 마치 사람만 조용하면 세상이 조용하게 된다는 걸 증명해 주려는 것 같았다.
어두운 동굴속에 우리 딸팀이 탄 삼판배
무슨 '비너스의 탄생'을 보는 듯 하다. 내가 찍었어도 예술사진이 따로 없어 보이는 데, 우리 딸과 집사람이 가르켜 준 방법으로 동굴안에서 찍은 예술사진의 탄생이다. 꼭 위아래가 '비너스의 탄생'처럼 조개껍질 대칭같이 보인다. 바깥모습도 환하고.... 모두들 같은 느낌인지 탄성을 자아낸다.
밖에 나오니 역시 좋다. 땀꼽 '땅속의 배꼽'같이 신묘한 모습을 지닌 채 수천만년을 그 자릴 지키고 앉아 이웃풍경과 함께 명승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곳. 물에 사는 뭇생명들과 함께 소담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음에는 날씨좋거라. 그 때는 카메라도 더욱 좋은 걸 갖고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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