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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온천여행

세심 엄용식 2011. 2. 3. 21:05

큐슈온천여행

 

시모노세키에서 관문대교를 건너면 키타큐슈이다. 후쿠오카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지않고 남동해변쪽 국도를 쭈욱 타고 내려가면 오이타현인 데, 그 곳에 벳부온천이 내려다 보이는 산꼭대기 뷰포인트가 있다. 멀리서 봐도 폭격맞은 듯 하얀 연기를 계속 뿜어 올리는 곳들이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데, 보통 다른 곳에 원탕 줄기 하나가 나오면 여기저기 끌어다 쓰기 바쁘지만 벳부는 그런데가 200군데 정도는 있다고 한다. 다니면서 보니, 개발도 안한 모습으로 시골스럽기까지 한 데, 그 나름대로 탕 하나를 나눠 무차별 꺼내쓴 우리나라 덕산온천보다 나은 것 같다. 오히려 시골스런 모습이 관광객을 더 끌어 들이는 것 아닌가 싶었다. 지나다 보면 산록이 비어있는 곳들이 있는 데, 그 자리들은 지열때문에 아무 것도 안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사진1> '온천의 고향'이라 불리우는 원조마을            <사진2> 달걀도 익혀 먹게 한다는 유황분출구멍     

 

 언덕에서 내려가며 만나는 첫번째 온천이 '탕(湯)의 고향(里)'이라 적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옛날방식으로 '유(湯)の하나(花)'라고 하는, 탕에 뿌리는 유황가루를 채취하는 버섯재배하는 것 같은 시설들이 있었고 유황을 내뿜는 곳은 매우 뜨거워 달걀을 삶아 팔기도 하는 데,맛이 무척 구수하였다. 일본은 온천치료를 양방, 한방과 함께 3대 치료방법중 하나인 탕치(湯治)로 본다는 가이드의 말과 같이 상당한 효과를 본다고 인정해 주는 데, 특히 아키다에서는 암도 치료한 기록이 있다는 등 온천효과를 실감나게 들려준다. 아랫 사진에서는 창고시설에서 유황온천증기가 올라와 유황가루를 얻고 그걸 팔고 있는 데, 가정용 욕실 더운 물에 '유노하나'를 타서 쓰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진3> '탕의 꽃' 이 나오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4> 연이은 초가창고에서 '유노하나'가 피어난다

 

 점심때가 지나 시내로 가서 민생고를 해결한 뒤, 우리 일행은 '가마도지옥'이라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 곳은 입구에 큰 솥가마가 걸려있는 가마도지옥온천이라고 간판이 붙어 있는 곳으로 끓는 진흙탕, 옥색탕, 100도를 넘는 열탕과 철분이 많은 적철탕 등이 있는 데, 칼러풀한 게 벳부온천의 압권이었다. 일본은 파스. 멘소레담이 최초로 개발된 나라이고 탕치(湯治)가 발달한 나라라고 하였다. 기후가 척박하고 습하며 온통 쑤시는 날씨를 갖고 있으니 우리와 달리 이런 온천들을 좋아 할 수 밖에 없겠고 잘 씼는 문화가 되었나 보다.  마치 도시전체가 큐슈 벳부를 제일로 치는 온천문화의 압권을 보는 듯 하였다.

 

 

<사진5> 비슷한 열구를 갖는 가마도지옥온천옆집 풍경 <사진6> 온도계가 100도를 기록하고 있는 열구

 

<사진7> 황토온천인데 입김을 불면 증기가 흩어진다    <사진8> 옥색온천탕의 자태와 옆에 계란삶는 모습

 

 색깔도 어찌 그리 다양한 지, 다른 곳은 대개 라돈이니 게르마늄이니 해서 국내와 같이 무색.무취이고. 윤미끄러운 점성이 적은 곳이 많으나 이 곳은 진흙황토색, 옥색, 자철광색 등으로 제각각이며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이 형형색색으로 그 아름다움이 진하고 유황성분이 많으며 매끌매끌하다. 그런데, 보기에 여기저기 연기가 솟아 오르고 지옥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지만 악귀나 사람이 들어가 있지 않아 그런 지 무시무시한 느낌은 없고 오래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만 싶어진다.

 

 

 

 <사진9> 하늘색 옥탕은 색깔이 무척 부드럽기만 하다. <사진10> 철분이 많이 들어가 인주밥처럼 빨간 적탕

 

 그 곳에서 나와 우리는 이웃해 있는 효탄온천에 가서 저녁때 스지유온천에 가기 전에 비로소 처음으로 탕에 몸을 담구고 삭신을 푸는 온천욕을 하게 되었다.  효탄이란 표주박이란 한자표기어로 조롱박을 의미하는 데, 풍신수길이 칭찬하던 곳이었고, 소화(소화) 2년인 1927년에 18m높이의 조롱박동상을 세웠다가 2차대전중 미군의 공습에 표적이 됨을 겁낸 군부가 철거를 명해 없앴다는 기록이 있다.  이 곳 온천에서 노천욕과 폭포탕 등을 즐겼으나 시간이 모자라 모래찜질을 못한 게 못내 아쉬었다.

 

 그 곳을 나와 유후인(湯布院)이라는 곳으로 간다. 유노다케(湯の岳)밑에 긴린코호수라는 데가 있는 데 호수라기 보다는 연못보다 조금 큰 곳이었고 더운 온천물이 들어오는 입구에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청둥오리, 거위 등과 함께 고기들이 노니는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고 시내거리를 가면 300엥에 고롯케 2개를 주는 오래된 전문가게와 인력거꾼들이 많은 게 관광도시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사진11> 유노다케(湯の岳)산이 둘러싼 긴린코호수     <사진12> 아담한 긴린코호수앞에 선 우리 부부

 

 그 곳에서 우리 일행은 눈이 많이 온 관계로 최종목적지인 스지유(筋湯)까지 눈덮인 도로위를 차바퀴에 체인을 단 채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스지유라는 온천지대는 근육통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중간에 고코노에(九重)라는 ic에서 빠져 나와 아소화산쪽으로 내려가는 데 온통 눈밭이었다. 따듯한 남쪽나라려니 하고 생각하였던 것과 달리 일본은 설국이라더니 눈도 많이 오고 우리가 묶은 유유테이료깐(悠悠旅館: Tel 0973-79-2231)은 처마밑에 고드름이 성벽처럼 얼어 있는 게 산 속에 폭 들어가 있었고 료깐 주위로 산록 경계에 접해 고드름에 둘러싸인 노천온천탕은 그 추위가 말도 못할 정도였지만 일단 몸을 담그자 탕안이 뜨끈하기도 해 나름대로 강약이 공존하는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그림13>은백색으로 갈아입은 동화속 스지유 온천     <그림14> 손님들을 반기는 유유테이료깐의 엔젤2세

 

 그 지대는 다음 날 아소화산에 가는 길에서와 같이 온통 눈바다였고 그 추위는 마치 이 곳 일대가 백두산가는 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천과 백설의 세계였다.  스지유 유유테이료깐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엔젤2세라는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하얀 백곰같이 생긴 개의 영접을 받았다. 주인이 무척 아꼈던 엔젤 1세와 똑 같이 생겼다는 데, 엔젤1세는 상근이 개와 같이 영화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림15> 료깐 로비에 있는 전통적 손님맞이 응접실   <그림16> 료깐마다 다른 문양과 복식을 갖는 유까다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준비해 준 호텔고유의 유카다를 입고 잘 차려진 식당으로 옮겨갔다. 일본료깐정식과 같은 것이었는 데, 근사하게 저녁을 대접받은 우리는 소화를 조금 시킨 후에 대욕장(大浴場)이라 적힌 곳으로 들어가 온천욕을 즐겼다. 온천탕 그림기호에 김오르는 선 3개가 3번 탕에 들어가라는 뜻이라고 가이드가 풀어 설명해 주듯이 효탄에서 한 번, 이 곳에서 한 번, 그리고 내일 아침 새벽에 한 번 하되 반드시 탕에서 나올 때는 비누로 하지 말고 그냥 몸을 공기중에 말려 온천효과를 느껴 보라고 권한다.

 

 

<그림17> 여러가지 음식을 정성껏 모아내는 료깐정식 <그림18> 전문성있으나 나이가 든 료깐의 종업원들

 

 기분좋은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료깐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우리는 아소화산을 보러 갔으나 전망대에서 유황이 솟아오르는 정상까지 케이블카 근처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 당일 관광의 운은 없었다. 근처 고속도로도 일본사람들의 습성대로 눈이 많이 내려 도로가 폐쇄된 곳이 2군데나 있다는 말에 우리 일행은 신속히 구마모토방향으로 나와 후쿠오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면서 쿠사센리(草千里) 말 그대로 초원이 천리에 걸친다는 평원을 달리게 되었는 데, 풀은 보이지 않지만 눈밭으로 그 곳이 말기르기 좋은 목장지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림19> 현관을 지키고 있는 영화배우 엔젤1세       <그림20> 쿠사텐리와 아소화산 정상으로 가는 눈길

 

 가면서 다자이후(太宰府)라고 하는 곳을 들렀다. 예전에는 지방정부가 있던 곳이었으나 학문.공부의 신인 쓰가와라미치자네를 숭상하는 천만궁(天萬宮)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이 사람은 우리 왕인선생의 제자였다고 하며, 일본사람들이 자녀들 공부 잘 하게 해달라고 비는 곳이라 한다. 일본종교는 2가지가 있다는 데, 개인종교인 신사와 국가종교인 신궁이 있다고 한다. 이 신궁정도되면 기독교 불교도 못건드린단다. 왕족급들의 종교인 셈이다.  여기서는 기독교가 힘을 못쓴다.  3% 정도를 기독교인이 점하고 있다는 데, 신의 숫자가 800만이라는 애기가 있다. 인도가 3만이라던 데, 조상신 하나하나 치면 그렇게 되나 보다. 하긴 서울에 온 일본인이 강남 아파트단지 뒤쪽 교회십자가가 많은 걸 보고 서울은 하도 차사고가 많이 나 적십자 차사고병원이 그렇게 많은 줄로 알았다니 일본사람들이 기독교를 모르는 게 어느 수준인 지 이해가 간다.

 

 

 천만궁입구 신사문을 두어 개 걸쳐 들어가면 황소가 하나 비스듬이 누워 있는 데, 그 뿔이 사람들이 하도 만져 반짝반짝하다. 소뿔을 먼저 만지고 자기 머리위를 쓰다 듬어야 머리가 좋아지지 자기머리를 먼저 만지고 소뿔을 만지면 머리가 소처럼 나빠진다고 주의하라는 가이드의 일리있는 말씀에 모두들 웃는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길가에 머리좋아 질려면 꿀떡인 오메가에모찌 하나씩 사먹어야 완결된다고 하는 데, 우리도 한 개씩 사 입에 꿀떡집어넣고 다시 버스에 올라 태재부역을 뒤로 하며 후쿠오카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림21> 태재부 천만궁 들어가는 입구와 상가들        <그림22> 소뿔을 먼저 만지고 자기 머리를 만질 것

 

 한 가지, 다자이후 입구에 쇼핑을 하기 위한 면세점을 들렀는 데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머리가 안빠지도록 돕는 북해도산 마유(馬油)와 EGF클린싱크림, 키토산, 플라스틱 주방용칼, 고무로 지워지는 볼펜 등이 인기있었다. 그런 걸 사다 보니 관광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쇼핑비용이 더 들어가니 주의할 일이다.  일본은 이것 저것 우리와 문화도 닮은 점이 있고 볼만한 거리도 많아 자세한 지역연구만 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알뜰하게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나라로 생각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고구려때 정복해 통합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역사가 우리 한 민족에게 벌어졌을 텐 데, 그건 꿈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림23> 천만궁과 공부의 신이 심은 천년된 매화목  <그림24> 어디서나 국철로 이어지는 태재부역 풍경 

                   도비우메

 

 일본은 서양에서 학문과 기술도 많이 들여왔지만 상도 역시 발달해 돈도 잘 번다고 들었다. 일본사람들이 말하길 상도에서 하수는 돈을 남기는 상인이고 중수는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상수는 사람을 남기는 상인이라는 데, 그만큼 조선과는 달랐던 게 아닌가 싶다. 학문이든 기술이든 그 분야에 최고는 인정하는 게 일본이라 우리가 이를 배우고 달인들을 대접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지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쿠오카는 깨끗한 도시로 보였다. 다른 도시들도 다 그렇겠지만 우리나라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때끗한 해변과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높은 건물들이 그 도시의 품격을 말해 주는 듯 하다.

사진도 찍고 모모이해변을 산책한 뒤에 우리 일행은 이 여행의 마지막코스인 시모노세키를 향해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한 가지, 일본은 차가 잘 안보인다.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통행료가 무지하게 비싸 그렇다고 한다. 인근 도시간을 가는 데도 통행료가 2000엥이라고 하니 함부로 어디 여행다니기 어렵단다. 시모노세키에서는 도시의 꽃을 상징하는 '하마유'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넜는 데, 새벽 3시경 부산영도섬 앞바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세관원들이 일하기 시작하는 아침 8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배타기 위해 준비하고 항해하는 시간이 각각 12시간씩 잡아먹는 게 문제다.  어쨋든 한 번 관부페리를 이용해 보는 것도 여행객으로서는 한 번 해 볼만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림25> 모모치해변가 깨끗하고 멋진 후쿠오카타워 <그림26> 모모치해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서양식몰

 

 

 아침 8시에 내려 KTX 10시 10분차까지는 시간이 많아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자갈치 시장에 가서 대구와 생선을 한 박스사고 난 후 부산역으로 가 KTX에 올랐다. 온 몸에 피로가 몰려와 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으려니 곧 수원이다. 2시간 반 정도면 서울 부산여행을 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수원에 KTX가 하루 4편이나 생긴 게 여행에 몹씨 도움이 된다. 일본이 물가가 비싸다고 하나 꼭 그런 것 만도 아닌 것 같다. 바다로도 가까워 해 볼만한 여행이었으나 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다음 번에는 비행기로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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